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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포스팅/thought 2013. 6. 27. 13:52

     

    • 동네를 드디어 뜨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걸을 때마다 불쑥불쑥 옛날 기억이 떠오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최근이 아닌 아주아주 어렸을 적, 행복했던 짧은 시간, 힘들었던 긴 시간들. 그땐 이 상가 2층에 떡볶이 가게가 있었지. 한땐 이 상가 지하에 마트가 있었지. 한땐 여기 육교가 있었다가. 이사간 친구들은 여기여기 살았었지. 도시락 반찬 뚜껑을 열던 순간이 떠올랐다. 애써 모른척하려고 애쓰던 단짝이 얘기했지, 너희 엄마가 해주신 멸치볶음 맛있다. 난 그냥 응, 하고 대답했었지. 그날도 난 이 길을 지나 학교에 갔었고, 20년이 넘게 지난 오늘은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이 길을 걷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오래 살았어... 수많은 기억은 여기 묻어버리고 전혀 낯선 곳에서 살고 싶다는 오랜 소망(?)이 이루어지려 하는지, 이곳은 일단, 우리 세대가 - 부모로부터 뭔가 넉넉히 물려받지는 못한 평범한 우리가 - 더이상 감당할 수 있는 집값이 아닌거였다. 아파트의 낡기와는 상관없이 전세값이 몇달새 몇천이 오르고, 여기저기 재건축이 시작되다보니 끊이지 않는 재건축 이주 수요. 집을 좀 더 넓혀가야 하는 내 입장에선 말 그대로 갈 곳이 없다. 아주 아주 낡은 아파트는 들어갈 여지가 있기도 하지만 곧 재건축 예정인 곳. 그렇게까지 여기 붙어있고 싶진 않다. 늘 떠나고 싶은 마음과 떠나기 싫은 마음이 공존해 왔는데, 결국 돈이 없다보니 본격적으로 떠날 생각을 하게 된거라면. 훗. 엉덩이가 무겁긴 무거운거다. 익숙함이라는 것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어떤 것. 그 익숙함의 핵심이 바로 '교통의 편리함'이란 사실이 조금 아쉽긴 하다. 아버지는 한동안 계속 여기 사실 것 같고, 동생네도 여기 계속 살 것 같으니 그점은 왠지 좋다. '고향엔 가족들이 있고 난 훌쩍 떠나는' 컨셉에 맞으니까. 그냥 난 그런게 왠지 좋다.

     

    • IKEA에서 저렴한 수저꽂이를 사봤다. 예상대로 마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기에 내가 사포로 다듬고 바니쉬를 발라볼 예정이다. 아마 내가 최초로 하게 될 어떤 '작업'이 되겠지. 설거지를 하고난 후 수저를 수건으로 죄다 닦아 물기를 없앤 후 꽂는 귀찮은 방식을 택하더라도, 그래도 원목 수저꽂이를 사용해보고 싶다. 이쁘니까. 사용해보고 괜찮다면 다음은 원목 접시꽂이다. 원하는 美를 위해서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노력쯤은 기꺼이!

     

    • 새로 생긴 구립 도서관으로 꼬맹이를 데리고 자주 가는 편이다. 천천히 움직이는 마을버스를 타고 두정거장쯤 가면 바로 앞에 내린다. 읽고 싶은 인테리어 책을 세권 빌렸는데, 한 권은 참 괜찮아서 구입해 소장해야겠고, 나머지 두 권은 필요한 사진만 찍어 저장하기로. 내일 오후쯤 가서 반납하고 또 빌려올 예정. 도서관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서도 그렇고, 내 아들을 위해서도. 책과 친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좋은 책을 선별해 읽고 감동받을 줄 아는 멋있는 남자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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