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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 Superfast, 2002
    예전 포스팅/photo :: travel 2008. 5. 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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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OS 88, Fuji autoauto 200, filmscan
    in Superfast, from Italy to Greece
    End of May, 2002


    이 배에서 나는
    호텔보다 더 좋은 쿠셋 샤워실에서 마음놓고 신나게 샤워를 했고
    처음으로 영어강사가 아닌 보통의 미국인과 말을 하고 악수를 했고
    그리고 처음으로 남자끼리 키스하는 게이커플을 봤다.

    밤새 데크에 나가 오돌오돌 떨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처음으로 바다가 무섭다는걸 느꼈다.
    나같은건 살짝 삼켜도 아무 문제없다는 듯 거대하고 적막했던 밤바다.

    스물 다섯살때.
    넓은 세상이 신기한 만큼 또 많이 피곤했던 것 같다.
    간만에 여유롭게 앉아 퉁퉁 부은 발을 달래고 일기를 쓰면서
    한달을 아껴뒀던 햄과 고추장 튜브를 꺼내 먹었다.

    열아홉시간동안 지겹도록 바다를 보고 또 보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올꺼야, 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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