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 K양은 대만을 떠나 이태리로 간지 일년이 넘었다. 두 눈 부릅뜨고 i'll leave taiwan! 을 외치더니 진짜 갔다. 이번엔 다같이 이태리에서 모이자며... 말만 열심히들 하고 있다.
가끔 2년 전 그 때 그 갈림길에서 좀 더 배짱을 부렸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른이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줄 알고 한마디로 오바했던 거였다.
근데 후회는 없다. 이 길도 안 와봤으면 평생토록 미련이 남았을테니까. 그리고 이제와 생각해봐도 그때
대내외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일을 겪은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은 너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단, 우선순위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조금 에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급증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넓게 멀리 생각할 수 있었는데. 그 초반의 에러덕분에 내가 아직도 허덕대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때 밖에 못하는건 그 때 했어야 했다. 그리고 내 머리 보다는, 내 마음이 더 설레고 더 뛰는 쪽으로 가는게 적어도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길인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나라는 인간은. 돈없는건 참아도 후회스러운건 못참으니까.
스물일곱살 드신 막내를 딱 보니 그 비슷한 조급증에 걸려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얘기를 좀 해줬다. 나도 그 때 비슷한 조언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종종 아쉬운 존재다. 그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보단 좀 더 폼나게는 지내겠지만 여전히 불안감에 떨며 살고 있을거다. 하긴 지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지만. 어떤 길이든 장단점이 있는 법. 뭐 어쨌든 이런게 바로 인생인가보다. 가지 않은 길. 한마리 토끼, 두마리 토끼.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선 그 토끼 두 마리를 다 놓지를 못하고 있다. 욕심에서 괴로움이 비롯되지만, 뭔가를 이뤄내는 것 역시 욕심에서 나오는 것. 모르겠다. 내 몸이 두개였음 좋겠다.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치만 단 한 번 뿐이기에 더 값진 거라고들 하지... 요즘같아선 한 번 살아내기도 참 힘든 것 같은데 두 번 살고싶단 생각을 하는걸 보면 그래도 살 만한건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