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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죽, 정호승
    예전 포스팅/poem + book 2008. 6. 29. 01:50


     

    낙죽

    결국은 벌겋게 단 인두를 들고
    낙죽(烙竹)을 놓는 일이지
    한때는 산과 산을 뛰어남는
    사슴의 발자국을 남기는 줄 알았으나
    한때는 맑은 시냇물의 애무를 견디다 못해
    그만 사정해버리는 젊은 바위가 되는 줄 알았으나
    결국은 한순간 숨을 멈추고
    마른 대나무에 낙을 놓는 일이지
    남을 사랑한다는 것
    아니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남을 용서한다는 것
    아니 나를 용서한다는 것 모두
    낙죽한 새 한 마리 하늘로 날려보내고
    물이나 한잔 마시는 일이지
    숯불에 벌겋게 평생을 달군
    날카로운 인두로
    아직도 지져야 할 가슴이 남아있다면
    아직도 지져버려야 할 상처가 남아 있다면


     

    아직도 난 지져야 할 가슴이 남아있는 것 같고
    지져버려야 할 상처가 남아있는 것도 같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낙죽'이 지겹다는건 다 새빨간 거짓말
    단지 두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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