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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 엄마 걱정예전 포스팅/poem + book 2009. 2. 21. 11:35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中
책을 보다 접한 시.
시의 느낌이 너무 강렬하게 와닿아서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시.
기형도 시인 세상 떠난지 20주년 기념이라고 많이 주목 봤던데..입 속의 검은 잎...어디서 이런 시어를 선택하는지...감탄감탄...(급수정^^)
아 20주년인가요?
가끔 와 정말 멋지다 싶은 시인데 누가썼나 보면 기형도 이분인 경우가 정말 많다능...
제가 잎 속의 검은 잎 이라고 잘못썼었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