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on Mraz Live @ Melon AX , Seoul (March 28, 2008)
제이슨 므라즈 공연을 드디어 보고왔다. 광진구에 있는 멜론 악스홀. 약 2년전 얼떨결에 비보이 배틀보러 간적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멜론 악스였던거다. 공연장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시설이나 여러모로 깔끔하고 괜찮은 곳이다. 사실 요며칠 내내 컨디션이 그다지 좋질 않았고, 몸이 안좋으면 역시 만사가 귀찮아서 이 공연 그냥 취소해버릴까 생각까지 잠시 했지만, 만약 그랬으면 진짜 두고두고 눈물 흘릴뻔 했다. 대신 무리하기 싫어서 몸사리느라 일부러 좀 뒤에 공간 많은데서 널럴하게 봤는데 공연장이 아담해서 나쁘지 않았다. 제이슨 표정은 볼 수 있는 정도였다. 대신 기다리는 시간까지해서 3시간을 서있었더니 다리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
음악 못하는 뮤지션이 어디있겠냐마는 제이슨 므라즈는 정말 음악꾼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사람은 정말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저 포스터에 나와있는 말처럼 "음악 속에서 자유로운 영혼" 딱 맞는 말이다. 일단 모든 곡을 기차게 잘만들고, 노래도 너무 잘한다. 기타 치면서 노래 할 때 음정이 절대로 불안하지 않고 거의 칼이다. 빠른 노래에서도 발음 무지하게 정확하고, 기타 연주 역시 장난아니다. 그냥 제이슨이 음악 그 자체다. 공연 할 땐, 노래 중간에 애드립 섞어서 다양한 가사를 붙여서 부르고, 관객들 음정연습 시키듯 재미있게 따라하게 유도하는거 하며, 특유의 장난끼어린 제스처나 표정, 그 모든게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서 정말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제이슨 므라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실력이라고 본다. 난 제이슨 므라즈를 정말 천재라고 재차 극찬하고 싶다. 실제로 공연하는걸보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말. 음악 잘한다.
제이슨 므라즈 라이브 동영상들을 찾아봤을때 느꼈던 점이, 관객들이 굉장히 산만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본 대부분의 동영상들이 관객들이 직접 찍은 것들이었는데, 말소리 웃음소리가 왜 그렇게 많은지 좀 시끄러웠는데, 실제로 공연 보니까 정말 가볍게, 즐겁게, 웃고 떠들며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제이슨이 그렇게 틈틈이 계속 웃겨주니까 안웃을 수가 없다. 너무 앞으로 나와서 빡세게 놀지 말고 공간을 좀 두고 살짝살짝 몸을 흔들면서 놀아도 OK 라고 공연 초반에 제이슨이 그랬는데, 정말 그래야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흥겨운 공연.
제이슨 므라즈 말고도, 지난번 EBS 동영상에 나와있던 토카 리베라 아저씨가 퍼쿠션을 두들겼는데, 와 그분 존재감도 장난아니다. 긴 머리 넘겨가며 퍼쿠션 탕탕 두들리는 그 폼 그대로 그냥 포스 최고다. 게다가 제이슨 못지 않은 유머를 갖춘 분. 급기야 대한국민만세! 까지 외쳐주셨다.
드럼과 베이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멤버 전원의 호흡이 참 잘맞았다. 연주 중간에 물도 마셔가며 그냥 편안하게 우리 한판 놀아봅세~ 이런 분위기, 대신 그 연주력과 실력은 최고수준. 정말 탄탄한 실력을 갖춘 밴드라는 느낌이 강했다. 정말 좋았다. 그 드러머는 제이슨이 소개하자 하모니카까지 불었다. ㅋㅋ 난 새롭게 베이스한테 반했다. 약간 펑퍼집한 몸집에 야구모자 뒤로 쓰고 베이스 치는 그 폼에 완죤 반해버렸다. 진짜 멋지게 치더라...베이스 그런 폼 너무 좋아 ㅠㅠ. 사람들이 토카 리베라 아저씨한텐 호응이 제이슨 못지않게 대단했지만 베이스한텐 상대적으로 약했다. 사실 베이스 부분이 많을땐 제이슨 대신 베이스만 쳐다봤다. ㅠㅠ 근데 이름이 뭐지.
마지막엔 앵콜을 4곡 불렀다. 그것두 개량 한복을 입고 나와서. SET LIST는 기억이 안나는데 마지막은 Geek In The Pink로 마무리 했다. 공연이 끝나고 제이슨은 자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와선 베이스 찍어서 즉석에서 사진 뽑아 객석에 날리고, 다음은 드럼 사진 날리고, 다음은 토카 사진, 다음은 멤버 전원이 자동모드로 찍어선 또 날려줬다. 나한테까지 오진 않았지만 한장씩 날릴때마다 나도 모르게 열라 소리질렀다. -.-;; 대체 그런 마무리라니... 너무 귀엽고 멋진거 아니야? 그렇게 공연이 정말 끝나는가 싶었더니, 관객들이 그래도 안가고 앵콜 앵콜 거리면서 난리를 치니까, 갑자기 제이슨 혼자 또 나와서 캠코더를 들고 무대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며 열광하는 우리를 찍었다. 다들 그 캠코더에 담기려고 더 난리가 났다. ㅋㅋ 그러더니 기타를 메고 또 한곡 더 불렀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끝났겠거니 하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미친듯 뛰어들어왔던 상황이라 더 극적인 앵콜이었다고 해야할까. 그 곡이 뭔지 지금 기억 안난다. 내가 아는 곡이었던가, 신곡인가조차 기억이 안난다. 나중에는 앞에 몇몇 사람들 손도 잡아줬다. 슥 스치는거 말고 정말 꼭꼭 잡아줬다 몇명. 아. ㅠㅠ. 어쨌든 8월에 또 온다고 약속했으니 그때도 가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단독공연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아쉬웠던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역시 내 컨디션 안좋음으로 인해 마룬때처럼 앞에서 열정적으로 보지 않은 점. 만약 앞에서 봤더라면, 혹시 알아? 그 폴라로이드 사진 받았을지? 메탈리카때 기타피크를 받았던 쇼킹한 기억탓인지, 그렇게 던져주는거에 아직도 난 상당한 미련과 집착이 있다. ㅜㅜ
토카 아죠씨가 가지고 다닌다는 그 인형이 퍼쿠션 옆에 올려져 있던거로 봐서 제이슨 일행은 이미 도착을 해서 준비를 다 한것 같았는데 8시가 넘어도 공연을 시작하지 않는거였다. 방송이 나와서 그때 알았는데, 오프닝 공연이 있는거였다. -.-;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오프닝 공연 별로 안좋아한다) 그 오프닝 하기로 한 사람 - 이지형이랬나?- 그 포크송 가수가 늦었나보다. 기가막혀. 게다가 4곡을 부르는거다. 오프닝으로 무려 4곡은 사실 마이너스 효과다. 딱 2곡이 좋다고 본다. 아님 제대로 딱 한곡 부르던가. 4곡이나 부르다니... 또 게다가 실력이 그저그랬다. 노래는 잘하는데 음정이 불안해서 좀 그랬다. 가사도 좀 유치하고. 제이슨이랑 비교해보니 정말 안습. 제이슨므라즈 오프닝으로서 진심으로 환영받고 싶으면 연습이 좀 더 필요할듯. 최대한 객관적으로 봐서 하는 얘기다.
카메라를 가지고 갈 걸 그랬다. 400D 가져갔으면 꽤 잘 찍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마룬때처럼 미친 분위기도 아니었고 딱 적당한 흥겨운 분위기였으므로 사진 찍기가 쉬웠을 것 같다. 이번엔 꼬진 똑딱이마저 안가져갔더니. 휴.
그리고 최대 아쉬웠던 점은, Song For a Friend을 끝내 안불러줬다. 엉엉....ㅠㅠ 개인적으로 Geek In The Pink보다 그걸 더 듣고 싶었는데. 흑.
이건 공연이랑 관계없는 소리지만 김종서 봤다. 첨에 딱 들어갔는데 옆에 서있길래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다 했더니 김종서였다. 김종서...음악 접고 이제 연예인 되신줄 알았는데, 그래도 공연은 오시네. 옛날에 수능끝나고 김종서 공연도 갔었는데...그땐 나름 팬이었던 것 같다. 근데 난 왜 김종서가 TV에 나오면 열이 받지? 정말 이상하다. 윤도현이 TV에 나와도 별 느낌없고, 전인권이 나오면 너무 반갑기만 하던데. 김종서 나와서 말하는것만 보면 짜증이 나면서 채널을 돌리게 되던데. 왜그럴까... TV출연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피부하나 끝내주게 더럽더라. 방송용 화장빨의 위력이란 정말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