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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2. 10. 8. 23:06

     

     

     

     

     원작이 따로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점에 갔을 때 책을 대충 들춰봤다. 당연하겠지만, 소설에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원작을 한번 읽어볼까, 망설이는 중이다. 어쨌거나 영화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과거와 현재를 정신없이 오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구성, 끔찍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느껴지는 긴장감, 틸다 스윈튼의 연기 등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보는게 안타까울 정도로 영화는 좋았다. 그렇지만 나 역시 엄마의 입장에서 봤기 때문인지, 이 아이가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에 대해 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자식이 그렇게 된 데에는 엄마의 태도가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라는 압박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인것도 같다.

     하룻밤의 실수(?)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겪은,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엄마에게 자식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재앙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케빈이 잉태되던 밤의 그녀와 남편의 모습이 종종 나오는 장면은 마치 그녀가 감내해야 할 모든 고통이 바로 그날 밤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고 얘기하는 듯 하다. 그녀는 어린 아들을 안아주기는 커녕 아기를 향해 자연스런 웃음조차 짓지 못하고,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케빈만의 뒤틀린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외면하며, 케빈이 태어남으로 인해 그녀가 포기해야 했던 것을 직접적으로 얘기해버리고 마는, 즉 아이의 탄생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까지 해버린다. 어쩌면 보통 아이들보다 엄마 사랑을 더욱 필요로 하는 케빈이, 점차 이상한 방식으로 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지내다가, 결국 끔찍한 사고를 벌이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소시오패스는 뇌에 문제가 있다는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신체적 문제가 아닌 정서적 문제로만 접근하며, 후천적 요인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마와의 애착이 아무래도 주된 원인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그녀가 겪는 운명은 그에 비해 너무도 가혹하다. 보통의 엄마들이 흔히 겪는 출산 후 우울증과 거부감이 좀 더 컸을 뿐인데. 보통의 엄마들보다 자기애가 좀 더 강했을 뿐인데. 애가 그렇게 된건 결국 다 엄마탓이야, 라고 그녀를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혼자 그 엄청난 수난을 감내하며 아들의 방을 정돈하고 꾸미는 그녀의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져 가슴 한 켠이 먹먹했다. 늘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하는 나로선 (스토리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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