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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 2019
    2019/Movie 2019. 11. 1. 11:47

     

    영화는, 영화를 보는 사람 각자에 맞게 스며들거나 튕겨 나가는데, 
    이건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관객들의 개인적 경험치나 공감력, 이해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를 볼 땐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이나 배경을 이해하며 감명을 받고
    어떤 영화에서는 내가 실제 경험하거나 본 것들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깊은 공감을 하기도 한다.
    내게 이 영화는 후자였고, 단순히 공감을 하는 수준을 넘어선 존재로 다가왔다.

    김지영은 대충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공허한 눈동자로 밖을 내다본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면 집안에서 아이가 엄마를 부른다.
    이게 이 영화의 첫 장면이고,
    실제로 꽤 자주 이런 모습을 하고 베란다에 서있는 나로서는
    이 첫장면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영화.
    마치 감옥같이 느껴지는 베란다에 서서
    우두커니 밖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내 삶에
    가끔은 분노를 느끼고 때론 무기력함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하는 나로선.

    영화에 나오는 김지영이 경험한 모든 것들,
    여자로서 겪는 집안과 밖의 일들, 시댁과 친정, 커리어,
    결국은 막내아들이 최고인 집안 분위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겪게 되는 수많은 에피소드.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심지어 김지영의 정신병적인 증상마저도 무척 이해가 된다.
    내게는 쇼핑중독이라는 심각한 증상이 있었으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살 수 없는 나날들.
    나를 위해 뭔가를 끊임없이 사들이고 옷장 가득 꽉꽉 뭔가를 쟁여놔야
    그나마 보상을 받는 것 같은 병적인 심리. 

    영화의 결말이 무엇보다 좋았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 김지영은 삶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그 곁에는 따뜻한 남편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오열한 부분이기도 했는데,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해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행복한 순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갇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만 출구를 못찾는 것 같아서 힘이 들어요."
    나랑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나보다 몇살 어린 지영씨 손을 잡고 말해주고 싶다.
    지영씨는 그래도 남편이 공유잖아요.
    그 비쥬얼을 하고서 지영씨 편에 서서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는 비현실적인 남편.
    그리고 지영씨를 위해 울어주는 따뜻한 친정엄마가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첫째가 많이 크고 다시 일을 할까 고민 중에 
    늦둥이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리는 두줄짜리 임테기를 들고 엉엉 울었던 나를 보며 조금 위로를 받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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