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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스쿠니 (Yasukuni, 2007)
    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09.08.13 22:08




     재밌게 봤다. 내 생각엔 이런 영화는 사람들이 좀 쉽게 볼 수 있도록 많은 곳에서 상영되면 좋겠는데 불가능할까.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긴 할까? 안타까울 뿐이다. 사전지식으로 대강 알고 있던 야스쿠니를 둘러싼 논쟁을 사실적인 다큐멘터리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어 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두시간 꽉 채우는, 약간 긴 시간동안 어이없어 웃기도 하고, 열받기도 하면서 무엇보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스포일러 有

      8월 15일 야스쿠니 참배식(?)의 모습은 정말 경악 그 자체다. 난 그저 향피우고 절하고 그러는 줄만 알았는데, 그들은 그 당시 일본 육해공군 군복을 각기 똑같이 갖춰입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구호를 넣고 천황폐하 만세를 부른다. 군대에서 밥먹을 때 흘러나오던 '점심군가(?)'까지 그대로 틀어주며 광기어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 격식 하나는 끝내주게 갖추는 모습이 소름끼치면서도 좀 웃기기도 하고 경멸스럽기도 했다. 도쿄 도지사는 일본을 '잠자는 사자'에 비유하며, 다시 이 거대한 사자를 깨우기 위해 애쓰겠다며 야스쿠니에서 다짐했다. 
     야스쿠니는 태평양전쟁 전범들, 즉 일본군만 모시는 신사인줄 알았는데 그 당시 끌려갔던 대만인, 한국인, 중국인들까지 합사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은 단체를 만들어 서로 이리저리 통역해가며 뭉쳐서 매년 야스쿠니에서 촛불을 켜는 모양이다. 이들 뿐 아니라 일본인들 중에서 생각을 좀 할 줄 아는 자들은 자기 아버지나 형제가 그렇게 죽어야 했던 이유를 침략전쟁 탓으로 인식하고, 유족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야스쿠니 신사에 그들의 가족 이름이 올라간 것을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하는데도 야스쿠니측은 무시하고 있단다.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도덕적인 차원에서의 호소는 전혀 먹히지 않는 듯 했다.
     독일과는 달리 일본이라는 나라가 반성이라는 것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일본 특유의 '신사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천황 뿐 아니라 죽은 조상마저 신처럼 모시는 문화. 그런 문화 속에서 어찌 전쟁터에서 죽어간 불쌍한 조상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겠는지. 물론 조금만 더 깊게 또는 살짝 비껴서 생각하면 왜 아시아 사람들이 총리의 심사참배 문제에 열을 내는지, 일본 국내에서도 비판을 하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을텐데, 일반 국민들 (신사참배에 찬성하는)은 그런 생각을 아예 못하고 그저 세뇌당한대로, 생각하던대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고이즈미는 신사참배를 두고 단지 '마음의 문제' 라고 했는데, 왜 여러 곳에서 그의 신사참배 문제를 거론하는지 정말로 이해가 안된다면, 그는 진정 돌머리라고 해석할 수 밖에. 모를리가 없지. A급 전범판정을 받고 사형까지 당한 자들이 잠자고 있는 곳에 자기 마음이 이끌려서 참배를 한다? 이건 뭐 고이즈미라는 한 인간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고이즈미의 말을 믿고, 그렇게 밖에 생각못하고, 더 생각할 이유도 없고. 뭐 그런 것 같다. 영국 바이킹 흉내 좀 내고 침략 좀 한게 뭐가 어떠냐는 식의 일반 국민들 대화는 특히 일본의 4,50대 이상 남자들 사이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얘기일 것 같다는 생각도 얼핏 든다. 일본 내에서 우파, 좌파의 분포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젊은층은 그런 사안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들었기에, 우/좌파의 분포도는 거의 비슷하거나 우파가 좀 더 많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해봤다. 어쨌든 더 깊게 생각할 것도 없고, 전쟁터에서 죽은 우리 오빠가 불쌍할 뿐이고. 우리 대일본제국은 위대할 뿐이고, 우린 단지 조상을 기릴 뿐이고, 시끄럽게 구는 것들은 좀 패줄 뿐이고. 이런게 신사참배에 오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태도인 것 같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90세 할아버지, 야스쿠니도를 만드는 장인이다. 계속 결정적인 대답을 회피하여 끝내 그의 속내를 듣는 데는 실패했지만, 들어서 뭐하겠나, 말해서 뭐하겠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명검이 나오길 바라며 열심히 검을 만들고, 그 검의 활약을 자랑스러워 하는 장인일 뿐. 한결같은 표정을 유지하던 할아버지가 전쟁이 싫다고 말할 때 살짝 슬프게 일그러지는 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이 사죄하지 않는 한 야스쿠니 신사는 언제나 시끄러울거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일본은 앞으로도 절대 사과하지 않을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으로 하는 호소가 먹힐 민족성이 절대 아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올바른 소리를 하는 자들이 있지만 그다지 힘이 있어 보이지는 않고, 최근 뉴스를 보니 어떤 당대표는 야스쿠니 참배를 안하겠다지만, 그것 역시 정치 플레이일 뿐, 일본정부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그 옛날 만행을 굳이 사과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다. 100년쯤 지나 그 시절을 겪은 가해자 피해자 모두 다 죽어도, 글쎄. 역사도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기록해놔야 시간이 흘러 재평가를 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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