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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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화해>전체글보기/Book 2022. 3. 3. 07:01
물 속에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던 진흙을 마구 휘젓는 느낌을 받았다. 흙탕물처럼 마음이 어지럽게 울렁거리다가 오은영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로 진짜 위로를 받는 느낌. 흙탕물이 잘 걸러져 정수되는 느낌. 아이를 키우다보면 나의 어린시절이 휙휙 스칠 때가 생각보다 아주 많다. 내가 그랬을 때 우리 엄마는 어땠었나, 나도 모르게 떠오를 때가 많다. 엄마가 되고보니 나 어릴 때의 부모님을 다시 바라보게된다. 부모님께 받은 긍정적인 영향, 부정적인 영향 모두 있지만 그중 부정적인 영향을 끊어내고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많은 육아서를 섭렵했지만 역시, 그리고 다시, 오은영박사님이다. 이분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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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이자벨전체글보기/Book 2022. 2. 16. 19:03
언젠가부터 소설책을 잘 안 읽고 있는데 그래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에는 간간히 계속 손이 간다. 지난 여름에 를 하룻밤 꼴딱 새서 다 읽고는 며칠 동안 후유증이 심했는데 ㅋ 역시 며칠 내내 머릿속에 맴도는 소설이었다. Jay가 내용도 모르고 그냥 재밌을것 같아서 서점에서 집어왔다는데 무심코 처음 몇페이지를 읽고 그길로 손을 놓을 수가 없어서 내가 먼저 읽게 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에서 흔히 보여지는 숨가쁜 반전이나 큰 사건은 별로 없지만 보다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결혼한 자들의 이중생활 이야기라고 단순히 볼 수도 있겠지만 결혼한 사람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것도, 그리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또다른 사랑을 그리워 하는 일도, 우리의 생애에 있어서는 그 모두가 아름답고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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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전경린 (2007)예전 포스팅/poem + book 2012. 9. 13. 23:01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그것도 끝까지 다 읽었다. 눈물콧물 빼가면서. 신파도 아니고 새드엔딩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모르겠다. 가슴을 콕콕 찌르거나 반대로 등을 슬슬 쓰다듬어주는 느낌의 문장들을 읽을때마다 눈물과 안도감과 웃음이 범벅되었다. 개인적으로 실용서들을 더 선호한지 좀 오래되었고, 그러다보니 소설을 멀리하며 살았는데 이 책을 계기로 당분간 소설에 몰입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 책도 사놓은지 몇년 되었는데, 사자마자 몇장 읽다가 '와닿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냥 책꽂이에 꽂아만 두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책을 다 읽고도 그 느낌이 날아가지 않게 더 곱씹고 싶어 손에 꼭 쥐고 쓰다듬고 있다니. 전경린 소설은 처음이다. 다른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소설이 전작보다 주인공들의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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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너>, 김윤희예전 포스팅/poem + book 2009. 10. 16. 21:40
중학교 갓 입학하고 읽었던 책.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 뭘 알았을까 싶지만 밤새 책을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은 막연했던 '사랑' 이라는 감정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책. 이담에 나도 어른이 되면,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이런 변치않는 사랑을 할거라 굳게 결심하게 만들었던 책. 김윤희 작가가 2년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60세의 나이는 요즘 조금 이르긴 하지만, 한편으론 '잃었던 너'를 다시 만나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도 가슴 한 켠이 아파오는, 너무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김윤희나 엄충식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다음 세상에서는 꼭 다시 만나 백년해로하셨음 좋겠다. 책에서 보고는 낼름 사서 들었던 그리그. 페르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