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영화처럼 보게되는 일이 가끔 있다. 원래 드라마는 그냥 깊은 생각없이 재미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말 오랜만에 그렇지 않은 드라마를 접하고 볼까말까 고민까지 했던 적이 있다. 작년 가을, <인간실격>이다. 첫회의 우울한 분위기에 이건 별로 안 보고싶다 생각했는데, 두 주인공의 나레이션에 이끌려 2회, 3회, 4회를 보고는 한동안 완전히 빠졌던 드라마. 류준열과 전도연의 몇몇 나레이션은 별로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나의 내면을 칼같이 파고들었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느낄 수 밖에 없는 막연한 감정들을 확실한 언어로 표현하는 힘이 있었다. 직면하게 했고, 동시에 위안이 되었다. 앞으로 또 이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
<인간실격>을 통해 류준열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던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한동안 강재에게서 못벗어났던 시간들.
원래 많이 좋아하는 전도연. 전도연의 나레이션은 나를 엉엉 울게 만들었다. 드라마보고 이렇게 매회 운적이 정말... 처음인듯?
전도연의 아버지역을 맡은 박인환의 연기와 대사들 덕분에 드라마를 보고나면 나도 모르게 아버지께 전화를 했었다. <젊음이라는게 별 이유도 없이 참 외로운 거예요. 늙어가는거보다 더 어려운거예요 이게> <서울이라는 곳이, 살아보니 참 욕심이 나는 곳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