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문소리, 김지영이 출연한다고 했고,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기에, 게다가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경기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영화라니. 왠지 이 영화를 보면 기어들어가고 있는 내 기운이 다시 살아날 것만 같았다. 연기자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특히 아줌마 파마머리의 김지영 연기 최고. 김지영만 나왔다하면 일단 좀 웃길 지경이었다. 예전엔 웃는 모습조차 어딘지 어색했었는데.. 문소리 연기야 뭐 말할 것두 없고. 중간 중간 재밌는 부분이 많아서 웃으면서 그런대로 잘 봤다.
근데 웃으면서도 가끔씩 자꾸 한숨이 새어나오게 만드는 영화다. -.-;; 보면서 정말 짜증났던, 엄태웅이 역할을 맡은 감독역은.. 도대체 무슨 인간이 그런 인간이 다 있는지, 정말 말이 안된다. 그런 사람이 국가대표 감독이라니 정말이지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감독하다가 선수로 뛰다니 좀 어이없다. 그것두 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가.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결심을 바꾸게 된 계기에 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어머 왜 쟤 다시왔어?? 이런 반응밖엔..뭐 한국핸드볼을 너무 사랑해서겠지. -.-; 그리고 문소리는 갑자기 합류했다가, 도중에 아예 선수촌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막판까지 그런다. 경기 참여못하고 나갔다가 어느 순간 옷갈아입구 들어와 서있다. (어거스트 러쉬 꼬맹이 생각나네) 사실 이 부분은, 말이 좀 안되게 흘러가는 영화의 성격을 파악한 내가 정확히 때려맞춘 설정이었다. 난 나로 하여금 스토리를 때려맞추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는 좀..싫다. -.-;;
내 생각엔 영화 내용을, 처음 그 사이 안좋았던 선수들 관계가 어떻게 점점 좋아져서 나중엔 환상적인 팀워크를 이루게 되었는지에 더 촛점을 맞추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난 그런걸 예상하고 갔는데.. 이건 결국 싸이코 감독 때문에 선수들이 뭉치기 시작한 것으로 밖엔 안보인다. 대신 영화는 선수들 몇명의 개인사를 많이 보여준다. 그러니 중간에 뭔가 좀 뜬금없거나 쓸데없다는 생각도 들고.. 한마디로 스토리의 통일성이 부족하고 산만하다. 어차피 아테네 올림픽을 소재로 한거였다면, 그 올림픽 참여하러 떠나는 장면이나, 점점 결승까지 올라가는 장면을 좀 더 보여줘도 좋지 않았을까싶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경기장면도 너무 많이 허접스럽다. 파란눈들만 섞여서 같이 뛴다 뿐이지, 이건 뭐 완전 동네 체육관이다. 그런 점에선 좀 많이 실망스럽다. 내가 보기엔 연기자들의 연기만 좋았던 것 같다. 약간 아까울 정도로.
무엇보다, 난 그 전설의 핸드볼 경기를 못봤다. 사실 결과도 몰랐다. 영화를 보기전까진 우리가 그렇게 힘겹게 싸우다 결국 이긴줄 알고 있었다. -.-;; 그렇지만 그건 분명 많은 편파판정때문에 빚어진 패배였기에 우리가 이긴 게임이었고 충분히 감격적이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 감격적인 느낌을 완전히 전달하는데 실패한 것 같다. 사실 실제경기만 봐도 땅을 치고 가슴을 칠 만큼 마음이 움직이는데, 이걸 '영화'로 만들었으니, 눈물까지 나와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결국 나의 반응은, 뭐야...졌네?? -.-;;; 라는 허탈감과 함께 눈물은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즉, 그것이 그들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점에 그렇게 많은 공감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문소리가 실패했던 그 장면에선, 그동안 너무 부각되어버린 문소리의 개인사 때문에 'shit, we got fucked' 이런 생각까지 들었으니 '최고'의 느낌과는 약간 거리가 느껴졌다. 어차피 와~~ 하고 금메달따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더라면, 그 전의 스토리들에 더욱 신경을 써야 여전히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건데 말이다..
* 그래, 잘 싸우긴 했는데........쩝. -.-;;
* 너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그런지...근데 이런 영화는 꼭 은근 길더라...2시간 넘었다.
* 인터넷상으로 보이는 대충의 리뷰들은 죄다 이걸보고 눈물과 감동의 쓰나미라고 하던데, 난 왜그랬을까.. 눈물샘이 고장났나보다. 난 너무 잘 울어서 탈인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 맨마지막 실제 선수들과 감독이 나오는 장면은, 내눈엔 매우 언발란스해 보였고, 감동이 없었다. 왜냐면 거기 나온 실제 그 감독분은 정말 선수들을 아끼는 분이셨을 것이고, 정말 마음으로부터의 흐느낌이 느껴졌다. 그런 실제 현실속의 인터뷰를 왜 이 영화 뒤에 붙여가지고....참.. 만약 내가 그 감독분 입장이었다면 이 영화보고 좀 열받았을 것 같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