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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예전 포스팅/thought 2008. 4. 26. 23:50

    • 한강엘 당분간 못가니 동네라도 뱅글뱅글 돌아야 될 것 같아서 열심히 걸었다. 이것저것 들어간 mp3 player 하나 손에 들고서 오랜만에 실컷 걷기에 집중했다. 동네는 언제나 같지만 또 언제나 다르다. 대학때만 해도 가끔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곤 했는데, 가끔은 초등학교 동창까지. 이젠 그런 일은 전혀 없는 것 같다. 회사다닐땐 아주 가끔 광화문이나 서울역에서 같은 버스에 올라타던, 양복입은 중학교 동창을 봤는데, 분명 중2때 같은 책상을 쓰던 짝이었는데도 서로 못본척 했다. 별명이 샌님이었던가. 그 비슷한 거였다. 거의 말을 안하던 아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얌전해보였다. 걸음걸이조차도 얌전하던 그때 그 중학생 같아서 꽤 잘 어울리던 감색 양복이 왠지 어설퍼보였다. 좀 더 친하게 지냈었다면 서로 말을 걸어두 어색하지 않았을텐데. 그거 말고는 동네에서 아는애를 본기억이 최근엔 거의 없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신도시? 시집,장가? 아니면 매일 야근?

    •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날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건 고마운 일이다. 동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겹지만 그래도 늘 익숙한 동네가 있다는 것도 어떨땐 나쁘지 않게 느껴질때도 있다. 거의 항상 나는 여길 떠나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언제든 한강을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새삼 좋게 느껴질때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현철의 <동네>에 나오는 '사람들사람들'은 이젠 거의 없다. 예전보다 더욱더 사람이 넘쳐나지만, 정작 '사람'은 없는곳. 삭막하기 이를데 없는 아파트숲은 점점 그 밀도가 높아진다. 내가 보기엔 정말 포화상태인데, 그래도 새로운 아파트나 원룸형 빌딩들까지 틈만나면 생기고 있다. 인사정도 하는 이웃은 있지만, 옛날같지 않다. '따뜻한 동네'가 되려면 '사람들사람들'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핵심이 빠졌군. 여기 살기전에 어린시절 안양에서 한 4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정말 '동네'의 참맛은 거기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전부 한식구 같았고, 자연히 동네 친구들도 제일 많고 서로 돈독했던, 행복했던 시절. 5층짜리 아파트 단지였는데, 정말 재미있게 지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늘 아스팔트 위에 돗자리를 펴놓고 소꿉놀이를 하거나, 밤까지 놀이터에서 그네타고 놀던 기억이 난다. 얘길 들어보니 거기두 이젠 재개발을 해서 그 정겨운 아파트는 사라지고 삐까뻔쩍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내가 초딩 1학년때 아빠손을 잡고 등교하던 그 시골분위기 나던 길도 당연히 바뀌었겠지. 한번쯤 다시 찾아가보고 싶었는데.

    • 울창한 숲 - 거의 숲 수준이었다 - 을 포함하고 있던 5층짜리 거대한 면적의 주공아파트 단지가 싸그리 없어지고 유명 브랜드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제 거의 다 지었다. 지은지 30년이 넘었으니 재건축할때도 되었지만 그 부근은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거대한 기계들이 그 땅을 밀어버렸을땐 내 학창시절의 추억도 함께 밀리는 기분이 들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친구들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이민을 갔고, 그래서 밤에 슬리퍼끌고 나와서 포장마차 떡볶이를 같이 먹을 수 있는 부담없는 동네친구가 없어진지 오래다. 근데 어쩌면 이제 새로지은 저 아파트로 몇몇 사람들이 다시 이사를 올지도 모르겠다. 길에서 마주치면 어? 어? 너 누구 아니야?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과연 옛날같을까. 상당수 역시 쌩까고 지나갈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정말 못알아볼 수도 있고. 세월이 흐른다는건, 이래서 싫다. 변해가고 상실해가는 모든게 난 아직도 가끔 새삼스레 슬프다.  너무나 친숙한 동네를 걷고 걸어도 여전히 외롭다. 아니 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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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난 아무일도 아닌데 음~ / 괜스레 짜증이 날땐 생각해 / 나의 동네에 올해들어 처음 내린 비
      짧지 않은 스무해를 넘도록 음~ / 나의 모든 잘못을 다 감싸준 / 나의 동네에 올해들어 처음 내린 비
      내가 걷는 거리 거리 거리마다 / 오, 나를 믿어왔고 내가 믿어 가야만 하는 /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그리고 나에겐 잊혀질 수 없는 / 한소녀를 내가 처음 만난 곳 /
      둘이 아무말도 없이 지치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돌아다니던 그 곳~
      짧지 않은 스무해를 넘도록 음~ / 소중했던 기억들이 감춰진 / 나의 동네에 올해들어 처음 내린 비
      짧지 않은 스무해를 넘도록 음~ / 나의 모든 잘못을 다 감싸준 / 나의 동네에 올해들어 처음 내린 비
      사람들 사람들 / 사람들 사람들 / 사람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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