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넥플 영화축제때 보려고 했다가 결국 못봤는데, 지금에라도 봐서 참 다행인 것 같다. 그때 사실 '탱고 카페'라고 하길래 음, 정열적인 춤을 실컷 볼 수 있겠군, 하고 기대했었는데 주로 탱고 연주에 관한 영화라는걸 알고 조금 갸웃했었다. 그동안 난 탱고하면 춤부터 떠올렸고, 춤 나올때 나오는 탱고음악도 참 좋다, 라고만 생각했지 음악 장르로서의 탱고에 대해선 따로 생각을 안했다. 근데 왠걸, 턱시도 입고 연주하는 탱고 오케스트라를 보니 이건 거의 뭐 유럽의 클래식과 맞짱뜨는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유럽과 얘기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 탱고' 라는 그 자부심에 절로 수긍이 간다. 그들 말대로, 3분 동안의 탱고에는 모든 것이 있다. 사랑 슬픔 열정 희망이 있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역사가 있고, 뮤지션들의 혼이 있고, 열광하는 관객이 있고, 강약이 있고, 반도네온, 피아노, 바이올린, 베이스, 드럼, 지휘자가 있고, 그리고 춤까지 있다. 한마디로 진짜 쥑이는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열광하는 관객들, 그냥 그 동네는 못살든 어쨌든 많이 부럽다. 민족적 자부심이 '음악'이라니... 마지막 연주장면, 특히 호라시오 살간님의 피아노와 함께 하는 연주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공연을 할 때와 녹음을 할 때,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나 멤버들이 주고받는 신호를 꽤 자세하게 보여주는 편이라 무척 생동감있었다. "멋진 탱고연주를 들어도 느끼는 바가 없다면 그 시간에 딴걸 하는게 낫다" - 그런 의미에서 영화보다가 중간에 나가버린 어떤 사람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ㅋ 난 음악 녹음하는 장면들이 꽤 인상적이었고, 할아버지 아니 마에스트로님들의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껄껄 웃는 웃음까지도 좋았다. 사실 어떤 음악이든 음악에 미쳐있는 사람들은 다 아름다운 것 같다. 그걸 고스란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내 생전 가볼 일이 있을까 싶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풍경 구경도 good. 예상보다 훠얼씬 더 좋았던 영화. 탱고에 관심이 제대로 가고있다. 내 스타일이야-
탱고가 없었으면 이 영화도 없다. 근데 "탱고가 아니었다면 밋밋한 영화" 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진 알겠지만 이건 그런식으로는 해석할 필요가 없는 영화인 것 같은데. 적어도 '기자'라는 신분으로 글을 쓴다면, 좀 신중하게 글을 써야하지 않나 싶다. 과연 '영화기자'라는 직업이 필요가 있는 직업인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나아가 '평론가'들이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해진다. 차라리 '홍보가' 또는 '해설가' 가 나을 것 같다.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평론이란걸 왜 하는지? 그냥 의문이 생겼다. 별로 필요없는 사람들 같다. 만드는건 감독 마음이고, 받아들이는건 관객 마음이다. 왜 그 사이에 껴서 '평론가' 또는 '기자'랍시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지? 그냥 그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암튼 내가 원래 기자들을 좀 싫어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영화'기자가 짜증나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기자라면, 누가 만든 무슨 영화가 개봉했다, 누가 출연하고 대략적인 줄거리는 어떻다, 정도로 끝내는게 제일 낫다고 본다. 하여간 자질없는 기자들은 독이다.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