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0718예전 포스팅/thought 2010. 7. 19. 01:02
2010년 7월 18일이 막 지났다. 많은 것들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달라지고 있다. 사치처럼 느껴졌던, 마음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나른한 주말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만남들도 아직은 조금 낯설다. 어떤 한가지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자 나머지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따라온다. 내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마치 그동안 밀렸던 일들이 자연스레 쏟아지는 양, 하나, 둘, 그렇게 삶이 다시 세팅되어지고 있다. 내가 바뀌면, 주변도 바뀐다. 불필요한 경험을, 그것도 오랜 시간을 끌었다는 생각에 한동안 괴로웠다. 하지만 그냥 흘러보내지는 시간이란 없는 것 같다. 깨달음이든 상처든, 그 어떤 이름으로 남게 될 시간들... 더이상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삶이 막혀 있을 때의 그 느낌이란...
-
레퓨지 (The Refuge, 2009)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7. 17. 16:44
프랑스 영화 알레르기가 있긴 하지만 오종 감독의 영화는 다 좋았던 것 같다. 여지껏 3개를 봤는데 전부 만족했었고 이번 레퓨지 역시 마음에 깊이 남게 될 영화가 되었다. 컬쳐쇼크적인 부분을 조금 감안하고 본다면, 이 스토리는 결국 사랑, 치유, 기다림 - 사람사는 이야기이며 잔잔하고도 먹먹한 공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동생이 떠날 때의 이별 장면이었는데, 눈물날 뻔 했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 집중하여 봐야 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추천하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했던 영화였다.
-
시 (Poetry, 2010)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6. 15. 23:55
"시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시를 쓰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이 영화엔 좀 싫은 부류들이 많이 나온다. 그 인간들이 시타령을 하는 꼴이나, 시에 대한 반응들이 참 보기 싫었고,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에 대해 별로 이렇다저렇다 긴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이 영화에 빵점을 줬다는 사람은, 아마 이런 주제 자체가 거부감 또는 이해불가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요즘의 세상은, 시가 시로서 대접받지 못한다. 순수한 사람이 순수한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듯이. 이창동 만세.
-
싱글맨 (a Single Man, 2009)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6. 15. 23:55
'삶의 의미' 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건 처음부터 존재하긴 했던 걸까. 생각없이 사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생각을 너무 깊게 할 필요도 없다. 생각을 깊게 해봤자, 확실히 정해진 몇가지 진리만이 기다릴 뿐이다. 우린 혼자왔다 혼자가며, 왜 왔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며, '삶의 의미'라고 믿어왔던 어떤 것들이 때론 왜 사라지는 것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며, 그것이 새로 나타날지, 영원히 없어진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 어차피 그날은 오게 되어있다.
-
캔디 (Candy, 2006)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6. 15. 23:54
마약에 찌든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호주의 마약 관련 교육 영화, 로 쓰면 딱일 듯.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고, 또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어쨌거나 결말은 맘에 들었다. 예상 외로 둘의 유대감이 엄청나게 끈끈했던 점은 참 감동이었다. 그저 지나가는 젊은 날의 방황이라고 보기엔 좀 많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둘 다 정신차렸으니 오케이. 개인적으로 여자애 아빠가 너무 불쌍했다. 딸자식 이쁘게 키워놨더니, 꼬라지하고는. 쯧쯧.
-
도쿄 택시 (Tokyo Taxi, 2009)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5. 23. 17:05
화질이 좀 아쉬웠고, 스토리가 어딘지 몇프로 부족하긴 하지만 , 일단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가 몇가지 단점들을 잘 커버해준다. 한일관계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하하! 웃어가며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영화.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봤다. 내가 일본인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웃음이 또 터져나오려고 한다. 푸하하하하!
-
디 벨레 (The Wave, 2008)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4. 17. 22:33
얼마전 IPTV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그냥 아무거나 하나 찍어서 본 영화. 딱히 설명은 못하겠는데 어딘가 좀 어설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내용은 참 흥미로웠다. 독재정권을 느껴보기 위한 게임이라... 우린 이런식의 독재에 익숙하지 않은가. 학교부터 사회까지. 아니 어쩌면 가정에서부터. 그걸 이 영화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며 새삼 느끼고 있자니 좀 섬뜩했다. 독재정권. 무정부주의. 극과 극은 통한다. 전부 미쳤다는 점에서. 좀 다른 얘기지만 난 이 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우리가 저런 환경에서 공부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 아래는 이 영화에 대한 조효원 문학평론가의 글. 스포일러가 좀 있지만. 괜찮은 글. http://greenbee.co.kr/blog/968
-
그린존 (Green Zone, 2010)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4. 14. 16:20
보다보니 아, 이 내용이군, 했다. 그런데 이미 보신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듯 정말 내가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주는 카메라 움직임 덕분에 쉴새없이 집중해서 본 것 같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릴만큼의 어떤 시원한(?) 액션영화스러움을 기대하고 봤지만, 꽤나 생각을 요하는 영화. 프레디는 우리 문제에 미국이 끼어들지 말하고 했다. 아직 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맷 데이먼의 포스가 아니라 그 착잡한 표정의 프레디다. 이 영화는 아마 프레디의 마지막 행동, 대사, 그리고 그 표정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