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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7예전 포스팅/thought 2013. 6. 27. 13:52
동네를 드디어 뜨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걸을 때마다 불쑥불쑥 옛날 기억이 떠오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최근이 아닌 아주아주 어렸을 적, 행복했던 짧은 시간, 힘들었던 긴 시간들. 그땐 이 상가 2층에 떡볶이 가게가 있었지. 한땐 이 상가 지하에 마트가 있었지. 한땐 여기 육교가 있었다가. 이사간 친구들은 여기여기 살았었지. 도시락 반찬 뚜껑을 열던 순간이 떠올랐다. 애써 모른척하려고 애쓰던 단짝이 얘기했지, 너희 엄마가 해주신 멸치볶음 맛있다. 난 그냥 응, 하고 대답했었지. 그날도 난 이 길을 지나 학교에 갔었고, 20년이 넘게 지난 오늘은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이 길을 걷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오래 살았어... 수많은 기억은 여기 묻어버리고 전혀 낯선 곳에서 살고 싶다는 오랜 소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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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19예전 포스팅/thought 2013. 6. 19. 15:58
최근 인테리어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졌다. 아직 '내 집'이 없으므로 제약은 있지만. '전셋집 인테리어'라는 책도 있더라.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매매는 없고 전세는 품귀, 월세가 늘어나는 추세. 그러다보니 뭐 굳이 '내 집'이 있어야 하냐, 라는, 부모님 세대에선 어리석다고 여겨질 그 질문이 요즘엔 꽤 의미있어 보인다. 내 집이 꼭 있어야 하냐, 난 개인적으로 YES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대로 구조를 바꿔가며 인테리어를 하고 싶고 또 원치 않는데 자꾸 쫒기듯 이사다니기 싫으니까.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고 싶다기보다 오랫동안 정붙이며 안정적으로 살 만한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치만 현실은 현실. 일단 대공사는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잘 꾸밀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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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안개 속, 3호선 버터플라이예전 포스팅/music 2013. 3. 9. 00:47
어쩜 좋냐. 노래 너무 좋다. 추억을 말할 때 이 밤 이별을 말할 때 이 밤에 사랑을 말할 때 이 밤 미움을 말할 때 이 밤에 과거를 말할 땐 이 밤 내일을 말할 때 이 밤에 사랑을 말할 땐 이 밤 모든 걸 말할 때 이 밤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때 절벽을 넘어서 바다로 흘러가는 작은 불빛 따라 날개를 펼치네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더 깊은 안개 속 더 깊은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사랑을 노래해 이 밤 이 밤에 - 사라지면 안돼 - 추억을 말할 때 이 밤 사랑을 말할 때 이 밤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때 절벽을 넘어서 바다로 흘러가는 작은 불빛 따라 날개를 펼치네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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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unt Mary - Night Blue예전 포스팅/music 2013. 1. 23. 13:16
오랜만에 완전 꽂힌 곡. 역시 뒤늦게. 알 수 없다고 나란 사람을 항상 니가 내게 하던 말 다시 모든 걸 얘기하고 싶지만 모든 게 지나버린 지금 서두른다고 나란 사람은 처음 니가 내게 했던 말 다시 새롭게 니가 느껴지지만 모든 게 끝나버린 지금 쏟아지는 빗속에 나 혼자일 때 길 잃은 밤에 문득 돌아선 골목 빛나는 내 꿈이 세상에 꺾일 때 그때 다시 널 부른다면 모른 척 해 줘 내게 말했지 겁이 난다고 니가 맘이 변해 갈까봐 그럴 때마다 혹시 내 맘이 먼저 변치 않길 기도해 쏟아지는 빗속에 나 혼자일 때 길 잃은 밤에 문득 돌아선 골목 빛나는 내 꿈이 세상에 꺾일 때 그때 다시 널 부른다면 모른 척 해줘 아주 조금씩 멀어지는 걸 연습하며 우린 무슨 짓을 한 건지 따뜻한 햇살처럼 내게 준 행복 힘겨운 언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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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2. 10. 8. 23:06
원작이 따로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점에 갔을 때 책을 대충 들춰봤다. 당연하겠지만, 소설에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원작을 한번 읽어볼까, 망설이는 중이다. 어쨌거나 영화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과거와 현재를 정신없이 오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구성, 끔찍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느껴지는 긴장감, 틸다 스윈튼의 연기 등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보는게 안타까울 정도로 영화는 좋았다. 그렇지만 나 역시 엄마의 입장에서 봤기 때문인지, 이 아이가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에 대해 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자식이 그렇게 된 데에는 엄마의 태도가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라는 압박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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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전경린 (2007)예전 포스팅/poem + book 2012. 9. 13. 23:01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그것도 끝까지 다 읽었다. 눈물콧물 빼가면서. 신파도 아니고 새드엔딩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모르겠다. 가슴을 콕콕 찌르거나 반대로 등을 슬슬 쓰다듬어주는 느낌의 문장들을 읽을때마다 눈물과 안도감과 웃음이 범벅되었다. 개인적으로 실용서들을 더 선호한지 좀 오래되었고, 그러다보니 소설을 멀리하며 살았는데 이 책을 계기로 당분간 소설에 몰입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 책도 사놓은지 몇년 되었는데, 사자마자 몇장 읽다가 '와닿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냥 책꽂이에 꽂아만 두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책을 다 읽고도 그 느낌이 날아가지 않게 더 곱씹고 싶어 손에 꼭 쥐고 쓰다듬고 있다니. 전경린 소설은 처음이다. 다른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소설이 전작보다 주인공들의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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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저러스 메소드 (A Dangerous Method, 2011)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2. 9. 13. 11:54
심한 신경증을 가지고 있고, 남들보다 더 예쁘고 (영화상으로는), 욕구에 더 솔직하고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한 여성을 칼 융이 치료 내지 실험을 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역전이되어 서서히 망가져가는 내용으로 봤다. 내 얕은 지식을 밑천으로 하고도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영화, 물론 프로이트와 융에 대해 더 자세히 안다면 아는만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중만 잘 한다면. 키이라 나이틀리가 신경증에 시달리는 사비나 슈필라인 연기를 잘 했다고는 생각하는데, 조금만 더 약하게, 그리고 조금만 더 이쁘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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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임 댄싱(Rory O'Shea Was Here, 2004)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2. 8. 24. 11:29
이 영화는 그간 볼 기회가 계속 있었지만, 장애인 영화라는 얘길 듣고 왠지 뻔한 스토리 - 역경을 딛고 성공한 모델의 이야기 또는 장애인으로서의 힘든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우울한 영화 - 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몇번 미루다가, 포스터에서 풍기는 뭔가 발랄한 느낌,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에 이끌려 봤다. 그런데 영화 참 상큼했다. 아릿한 결말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난 상큼함을 느꼈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살인 미소와 함께한 세상 밖으로 나가봐, 라는 그 메세지가, 개인적으로 지금처럼 와닿을 때가 또 있었을까. 누구에게나 로리같은 존재가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알아보지 못하거나 따르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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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te - Scratches예전 포스팅/thought 2012. 7. 21. 17:30
Scratches, Kyte. 정말 오랜만에 미용실에 다녀왔다. 가슴까지 내려오던 길고 지겨운 머리를 쳐내고 짧은 단발로 변신. 난 보통 숏헤어를 하면 자신감이 붙고 발랄해지고 뭔가 상당히 리프레쉬가 되는데, 어쨌든 꿀꿀함은 좀 사라졌다. 아이를 보고 살림을 하는 평일의 낮시간동안 나는 '엄마'라는 타이틀로 살아가고, 그 외의 시간은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그 간극이 꽤나 커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이제 점점 적응이 된다. 단지 뭐든 조금 아쉬울 뿐, 육아에 있어서도, 내 시간관리에 있어서도. 원래 인생은 결국 혼자. 머지않아 내 품을 떠나 스스로의 인생을 살게 될 아들. 부모의 사랑을 디딤돌 삼아 전진하게끔 하기 위해, 잠시동안의 희생이라면 희생중. 이런 희생이 인생에서 뭘 의미하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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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oubra beach, Sydney. AUS.예전 포스팅/photo :: travel 2011. 11. 27. 17:15
w/Sony Cybershot DSC WX1 Maroubra Beach, South Sydney Jan. 2011. my honeymoon 시드니의 하늘을 보러 다시 갔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내 기대를 보기 좋게 무시해준 곳. 마치, 이젠 여길 잊어라, 라는 식이었다. 퀸즐랜드쪽의 폭풍우가 시드니엔 오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했던 2011년 1월의 호주. 그래도 매서운 겨울의 서울을 잠시 떠나 반팔을 입고 돌아다닐 수 있어 행복했다. 서퍼들은 여전했다. 해가뜨나 비가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