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2021)전체글보기/Movie + TV 2022. 3. 21. 13:13
살아 있는 사람들은 먼저 간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든 계속 생각하기 마련이다. 불완전한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함께 보듬어가며 살아가기도 하고, 따지고 싶을 때가 있어도 그냥 묻어두기도 하고, 상대방의 아픔을 알면서도 외면하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늘 우리 곁을 도사리고 있는 불의의 사고 또는 건강의 문제 등으로 상대방을 잃기도 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찌 할 수 없는 상실감과 후회감, 많은 기억과 추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런 경우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것일까. 영화 내내 차 안에서 끊임없이 흘러 나오던 대사는 시간이 갈수록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점점 강하게 결합이 되어, 마침내 무대 위의 소냐가 행하는 수화를 통해..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Ora Ora de Hitori Igumo, Ora, Ora Be Goin′ Alone, 2020)전체글보기/Movie + TV 2022. 3. 15. 07:33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늘 마음 한 켠에 이런 종류의 생각을 품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사랑에 목숨걸지 않았더라면, 하는 약간의 후회. 그리고 한편으로는 훗날 배우자가 먼저 떠나고 혼자 남게 될 경우의 두려움과 막막함. 독립을 원했지만 어쩌다보니 결국 사랑을 선택해서 평생 주부로 살아온 여자. 남편이 죽은 후 여러가지 생각에 혼란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이제 약간의 해방감이 느껴지는 마음. 그때 결혼을 하지 말고 더 독립적으로 살껄. 결국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러면서도 미치도록 그리운 남편. 그리 친밀하지 않은 자식들. 세상에... 저게 혹시 미래의 내 모습인가 싶기도 해서 그런지 어떤 장면에서는 울음이 너무 터져나와 힘들었다. 남편과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사는 과거의 일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
그 남자가 아내에게 (A Good Husband, 2009)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8. 29. 03:00
결혼 10년차 정도 된 관객이 이 영화를 본다면 미혼인 관객보다 리얼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 결혼 후 권태기, 한결같은 애정과 내조, 결혼을 했는데도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들. 따라서 내가 영화를 백퍼센트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끝부분의 쓸데없이 늘어뜨리는 설정들만 없었다면 아마 나중에 결혼하고도 가끔씩 찾게 되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웃음 포인트와 전반적인 배경은 정말 맘에 들었다. 주제는, 책 의 한 맥락. 있을 때 잘하자.
-
키사라기 미키짱 (キサラギ, 2007)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2. 15. 15:48
영화 내내 배경의 이동이 거의 없었고 등장인물도 몇명 딱 정해져 있는 까닭에 재미있는 연극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이미 연극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스토리가 독특하고 단단해서 연극으로 만들어도 무리 없을 것 같다. 빌린 사무실 한 곳에서 모인 다섯 남자, 배경음악이라봐야 약간 기괴한 아카펠라 살짝. 영화가 주는 감각적인 볼거리는 거의 없지만 소위 오타쿠들의 행동을 세심하고도 코믹하게 그려놓은데다, 마치 추리소설같은 짜임새 있는 진행에, 한 명씩 돌아가며 빵빵 터뜨려주시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영화.
-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 / I Just Didn't Do It , 2006)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10. 1. 24. 01:19
지하철에서 늘 경계만 해봤지, 죄없이 경계당하거나 누명을 쓰는 사람의 입장은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약자인 여자들보다야 의심 조금 받는 쪽이 낫지, 본인만 결백하면 되니까, 라고 생각했었다. 이 영화는 그런 결백한, 지극히 평범한 시민인 한 남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누명을 벗기 위해 공권력과 맞붙을 때 어떤식으로 무기력하게 깨져버리는지, 그 현실을 담담히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가 너무 담담해서 보는이의 뒷골을 확 잡아땡겨 버린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그저 가볍게 무시해주시는 법관 나으리. 어디다 하소연하기도 힘든 그런 꽉 막힌 느낌을 극대화시키는 깨끗하고 차가운 화면들. 참... 망할 지하철 치한들이 사람 여럿 죽이는구나.ㅋ p.s.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무죄인 사람들을, ..
-
스윙걸즈 (スウィングガ-ルズ: Swing Girls, 2004)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09. 3. 1. 22:11
스윙걸즈가 훌라걸즈인줄 착각하고, 초반부에서 도대체 아오이 유우는 언제 나오며 얘네는 왜 춤은 안추고 밴드를 하는걸까, 밴드하고 있는데 춤추는 애들이 또 등장하나? 이러면서 봤다. 스윙댄스가 아니라 재즈의 그 스윙이었던거다. 사실 고등학생들 등장하는 코미디인줄 알았으면 안봤을지도 모른다. 훌라걸즈인줄 알고 그냥 본게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영화 고를때 섣부른 선입견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역시 휴식에 도움을 주는 영화, 게다가 종종 큰 웃음까지 선사해줌. 특히나 멧돼지 등장부분에선 정말 눈물나게 웃었다. 집에서 영화보면서 그렇게 많이 웃어본 건 거의 처음인 듯. 다 큰 고등학생들이 그렇게 귀엽다고 느껴본 것도 처음이다. 우에노 주리와 피아노치는 남자애와의 미묘한 감정도 귀여웠고, 특히 드럼언니, 넘..
-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龜は意外と速く泳ぐ, 2005)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09. 2. 28. 00:35
3일 정도에 걸쳐 세번을 나눠 본 영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됐다. 이 영화에서 우에노 주리 생긴게 내 칭구랑 어딘가 좀 닮아서 왠지 친근감이 느껴졌다. 이 영화 보고 뭐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와서 저녁을 먹은 후 사이다나 콜라를 마시면서 보면 좋을 영화다. 내가 3일동안 그랬기 때문에 꼭 그런건 아니지만, 음, 암튼, 휴식에 도움을 주는 영화라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어찌보면 이 영화 자체도 좀 어중간하다 - 가끔 심오한 말도 하고, 가끔 황당한 얘기도 있고. 암튼 이 영화 너무 귀엽다. ㅎ 난 우에노 주리쪽 스티커들이 훨씬 이뿐데...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08. 9. 8. 01:14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스포일러 有 보면서 속이 터졌다. 마츠코야, 정신 좀 차려라. 남자가 밥먹여주냐. 미용사로 스스로 돈벌면서 살고 남자도 제발 좀 가려 만나라. 어디서 만나기도 힘든 순 쓰레기들하고만 얽히지 말고. 그치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은 제목 그대로 혐오스럽다. 그치만 마츠코가 계속 반복하는 '맞아도 좋아, 혼자가 아니라면' 같은 대사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물론 맞는 것 자체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상대편이 날 힘들게 해도 혼자인 것보단 낫다, 라고 해석하게 되면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니니까. 그녀는 어쨌든 삶의 의미로 사랑을 택했고, 남자가 버리지 않는 이상 스스로..
-
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08. 8. 7. 23:10
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나름 하루키 냄새가 많이 난다고 느꼈다. 이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에서 주인공이 원래 사랑했던 여자를 보내고 그 후에 만나는 연인 미도리에게 전화를 거는 결말부분과 어딘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이런 영화가 되는구나. 정말 너무 매력적이다. 외롭게 색소폰을 부는 토니 아버지, 외롭게 쇼핑중독에 걸린 토니 부인, 그들의 유품들, 남겨진 토니. 그리고 새로운 여자. 류이치 사카모토의 잔잔한 피아노와 더불어 고독과 사랑과 그리움과 두려움과 희망을 그려내는, 전반적으로 쓸쓸하지만 꼭 쓸쓸하지만은 않은 영화. 영화와 크게 관계없는 나만의 생각이지만, 다시 외롭게 홀로 남겨질지 모른다는 ..
-
허니와 클로버예전 포스팅/movie + drama 2007. 1. 20. 20:28
허니와 클로버 (ハチミツとクロ-バ: Honey & Clover, 2006) "청춘이 최고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십대후반에서 이십대에 걸치는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 그럼...내 청춘은.....갔나....??? -.- 한편으론 영화 주인공들처럼 저리도 죽도록 조건없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짓은...이제는 안하게(?) 된 것이 다행스러우나 한편으론 이젠 '풋풋한' 사랑을 하기엔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미친듯한 짝사랑..너무 어린 사랑.. 내 첫사랑 그 시절을 보는 듯 맘아프면서도 웃기면서도 뭔가...나의.. 나이들었음을 리컨펌해준 영화. 짜식들 귀엽네. -.-